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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도 현실이 되는 미래 1
Black Swan
옥스퍼드 사전에는 Swan은 "보통 흰색이고 목이 길고 가느다란 큰 새로 물 위나 물 근처에 산다"고 되어 있다. 한국 영어 사전에는 '백조'가 답이다. 당연히 연못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떠 있는 하얀 백조와 차이코프스키와 러시아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연상한다. 17세기 말까지 유럽인 모두 백조가 하얗다고 믿었다. 대대손손 그들이 본 백조는 전부 하얀 깃털을 갖고 있었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1697년 네덜란드의 한 탐험가가 호주에서 흑조(Black Swan)를 목격하게 되자 하얗다는 개념이 뒤집혔다. 구체적인 어떤 현상을 관찰하여 원리를 유도해 내는 것이 귀납적 방법이다. 당시의 Swan에 대한 귀납적 결론은 흑조는 없다. 수백만의 마리를 보았지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천 년 관찰했다고 해도 100% 절대 확신할 수 없는 지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여겼다. 살아있는 흑조 한 마리를 발견하면서 지식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지금도 이처럼 인간의 경험적 지식을 송두리째 뒤엎을 흑조가 어디엔가 유유히 유영하고 있을지 알 도리는 없다.
과거 경험만으로는 모든 것을 배우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어리석게도 자신의 경험이나 과거 사실로부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도 많다. 흑조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흑조가 없는 게 아니듯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미래에도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단지 알지 못하고 있거나 과거에 전례가 없다는 것뿐이다. 흑조 사건은 3가지 특징이 있다. 1) 예측을 불허했다, 과거 경험으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2) 흑조 출현의 충격과 여파는 폭발적이었다. 3) 일단 존재가 알려지자 사실 예측도 가능했다는 수 없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속된 표현이지만, 표준어인 구라의 기본적인 뜻은 거짓말이다. 맥락까지 따진다면 속임수, 허풍, 허세 등도 의미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이태원 핼러윈, 시청 앞 역주행 사고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던 사고다. 사고나니 너도 나도 비판한다. 설마가 사람 잡았을 뿐이다.
인터넷을 가상현실, 스마트폰, 인공지능 모두 흑조 출현과 다름없다. 사람이 하늘 위로 나는 것은 꿈이었지만 현실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상상이 현실로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믿는다. 심지어 상상에 추가하여 과장한 구라도 현실이 된다. 흑조가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인간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기술이 변하다 보니 공상만화 속의 허무맹랑했던 내용이 현실로 변하는 경험을 벌써 제법 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아직도 인류가 감지 못하고 있는 흑조들이 수도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미래를 그려보라고 하면 과거 경험과 이미 알려진 지식을 총동원하여 합리적인(?) 맵(Map)을 꺼내 놓는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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