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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이야기 3 Traces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고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되는 사람도 많다. 잡초를 뽑고 꽃을 심다가 떠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한 아브라함 링컨의 소박한 소망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땅에 머물다 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행실이 추하고 악하게 남기도 하지만, 자랑스러운 이름이나 고귀한 말을 남기기도 한다. 또 대부분 자손을 흔적으로 남긴다.
시인은 시로 말하고 음악가는 오선지로 말한다. 화가는 그림으로 흔적을 남긴다. 아브라함은 천막과 제단 쌓은 자리를 남겼다. 굶주린 사람은 쓰레기 통 근처, 색에 굶주린 사람은 사창가 근처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남의 소중한 정보를 노리는 해커들은 흔적을 피하려고 여러 나라의 무고한 서버를 경유하니 소재를 알기는 어렵지만 어두운 빈방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며, 언젠가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추한 흔적들
장성한 두 아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젊은 시절, 일에 치쳤던 노곤한 육체와 미래를 불안했던 내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다.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는 학습이 되었다. 10대들의 광란의 오토바이 질주, 새벽 출근길 널브러진 킥보드, 전세 보증금을 날린 젊은 세입자들의 시위, 부도덕한 막말과 거짓말을 하며 미소를 짓는 정치인들이 일상 뉴스를 채운다. 전 국토를 갈아엎어 공약을 실천하려다 세금으로 감당이 안 되어 중단된 공사 현장도 보인다.
방사능 낙진에 비 맞지 않으려는 아가씨들의 어깨에는 명품과 짝퉁이 걸려 있다. 부모님 같이 사는 것이 꿈이라며 한국을 캥거루 천국으로 만든 젊은이들이 즐비하다. 막노동하다 신체의 일부를 잃고 길을 걸어도 눈치를 보는 동남아 불법 체류자가 있고 돈으로 신부를 수입하여 하자가 있다며 폭력을 휘둘러 거리로 내모는 한국인들이 있다. 사이버 도박장을 운영하고 흔적을 짧은 징역으로 지우려 했던 사기꾼들이 현금 다발 흔적을 남긴다.
신의 눈동자와 시선
온 오프라인에 남겨지는 우리 삶의 흔적은 모두 빠짐없이 남을 것이다.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잠에 들지 않는 신의 눈동자가 있다. 숨길 수도 없고 포착되지 않을 것이 없다. 급속한 과학 발전은 점점 구속적인 투명성을 갖출 뿐이다. 못된 행실이 우리의 또 다른 흔적인 자손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인간의 행실로 워낙 지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때 아닌 폭우, 폭염, 폭설, 돌풍 등 기상 이변이 일상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도 예측하기 힘든 일기가 되어 동네 예보를 보라고 권유한다. 지구 상의 일, 사건, 사람들에 대한 예측이 점차 힘들어진다. 우리 삶, 그 흔적들은 고스란히 남을 것이다.
좋은 흔적 남기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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