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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을 뜨는 그릇

진정성을 가지고 2022. 12. 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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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역은 대단히 방대하고 난해 합니다. 어디서 부터 이야기 해야 하나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서두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주역의 관계론에 초점을 두기로 하겠습니다. 주역에 담겨있는 판단형식 또는 사고의 기본 틀을 중심으로 읽기로 하겠습니다. 판단형식 또는 사고의 기본 틀 이란 쉽게 이야기 한다면 물을 긷는 그릇입니다. 생각 한다는 것은 바다로 부터 물을 긷는것 입니다.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나름의 인식 틀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그릇이 집집마다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물 긷는 그릇을 한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서로 비슷한 그릇들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주역에 담겨있는 사상이란 말하자면 손때묻은 오래된 그릇입니다. 수천년, 수만년에 걸친 경험의 누적이 만들어 낸 틀 입니다. 그 반복적 경험의 누적에서 이끌어 낸 법칙성 같은 것 입니다. 물 긷는 그릇에 비유할 수 있지만 또 안경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물과 현상을 그러한 틀을 통해서 바라보기 때문 입니다.

  주역에 대한 아무 설명없이 물 긷는 그릇이라느니 안경이라느니 로히려 혼란 스럽게 한것 같습니다. 아무튼 주역은 동양적 사고의 보편적형식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경이라고 명명하여 유가 경전의 하나로 그 의미를 한정하는 것은 잘못 이라고 생각합니다. 왕필도 주역과 노자를 회통 하려고 했습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거론 하겠습니다만 주역은 동양사상의 이해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주역은 물론 점치는 책 입니다. 점쳤던 결과를 기록했던 책이라 해도 맞는 말 입니다. 여러분 중에 점을 쳐본 사람은 많겠지만주역 점을 쳐본 사람은 거의 없을것입니다. 이건 여담입니다만 저는 점치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 합니다.왜냐하면 점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약한 사람이기 때문 입니다. 적어도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몰론 이러한 사람을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면된다는 부류의 의기 방자한 사람에 비하면 훨신 좋은 사람이지요. 나 자신을 아는사람은 못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고 있는 겸손한 사람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강한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약한 사람으로 느끼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들어 보시겠습니까. 여러분 중에도 귀신이 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귀신을 만난적은 없지만 살아가는 동안에 문득문득 귀신을 생각 하기도 합니다.

  얼마전 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나와 복도의 모든 불을 소등하고 에서 앨리베이터 버튼을 눌럿습니다. 6층 이기때문에 당연히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앨리배이터에 타고 문이 닫히자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올라갑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업었습니다. 나는 내려가야 하는데 어떤 여자 귀신이 나를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하는가 보다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복도가 캄캄해서 올라가는 버튼을 잘못 눌렀나 보니다. 당연히 내려가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올라간다는 여자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여자 귀신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이지요. 귀신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귀신에 대한 생각이 있는 것 입니다.

  저는 인간에게 두려운 것, 즉 경외의 대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꼭 신이나 귀신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인간의 오만을 질타 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점을치는 마음이 그런 겸손함으로 통하는 것 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점치는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통 점 이라고 하는것은 크게 상, 명, 점으로 나눕니다. 상은 관상, 수상과 같이 운명 지어진 자신의 일생을 미리 보려는 것 이며, 명은 사주팔자와 같이 자기가 타고난 천명, 운명을 읽으려는 것 입니다. 상과 명이 이처럼 이미 결정된 운명을미리 엿보려는 것 임에 반하여 점은 선택과 판단에 관한 것 입니다. 이미 결정된 운명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판단이 어려울때, 결정이 어려울때 찾는것이 바로 점 입니다. 그리고 이것 마져도 인간의 지혜와 도리를 다한 연후에 최후로 찾는것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경, 홍범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의난이 있을경우 임금은 먼저 자기 자신에게 묻고, 그다음 조정 대신에게 묻고, 그다음 백성들에게 묻는다 하였습니다. 그래도 의난이 풀리지 않고 판단 할수 없는 경우에 비로소 복서에 묻는다. 즉 점을 친다고 하였습니다. 임금 자신을 비롯하여 조정대신, 백성들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사람들의 지혜를 다한 다음에 최후로 점을 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쾌와 백성들의 의견과 조정대신, 그리고 임금의 뜻이 일치하는 경우를 대동이라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학의 축제인 대동제가 바로 여기서 연유하는 것 입니다. 하나 되자는 것이 대동제의 목적 입니다.

  주역은 오랜 경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구성된 지혜이고 진리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진리를 기초로 미래를 판단하는 준거입니다. 그런점에서 주역은 귀납지 이면서 동시에 연역지 입니다. 주역이 점치는 책 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와같은 경험의 누적으로 부터 법칙을 끌어내고 이 법칙으로서 다시 사안을 판단하는 판단 형식입니다. 그리고 이 판단 형식이 관계론 적이라는 것에 주목 하자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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