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짜증나는 세상 1

진정성을 가지고 2025. 5. 17. 08:45
반응형
짜증나는 세상 1
세상 돌아가는 꼴에 짜증이 나서 뉴스 시청, 청취를 피하게 된다. 북치기 박치기, 정말 빌어먹을 세상이다. 모처럼의 지하철 속에서 여기저기서 휴대폰의 귀 터지는 벨소리에 목청 높은 통화 소리에 질린다. 사기버그들의 스팸에는 진절머리를 친다. 비쌀수록 더 특별하다는 피곤한 호텔 결혼식 비용은 그렇다 치고 생전 얼굴 한번 안 비치던 사람들의 경조사 통지서에는 화가 난다. 폭력을 당해 식물인간인 된 전경의 부모들은 대세에 눌려 숨을 죽여 눈물을 훔치고, 큰 뇌물이 아니면 떡값으로 치부하는 법정에는 아직도 천칭이 정의를 대변한다. 서민들의 세금을 걷어 생색용으로 뿌려지는 돈에 대한 시민들의 무감각증에는 허탈함도 따른다. 대학 졸업 후 취업 못한 50만 이상의 청년 백수들 앞에서 허구한 날 싸움질하는 우리의 대표 선수들을 보면 패 죽이고 싶다. 제대로 국민들에게 물 먹인 정수기 회사, 여대생 목숨 거두어 간 사채업자, 쓰레기보다 못한 먹거리를 팔면서 기자를 위협하는 음식점 주인들, 이러다 보니 까나리액젓과 마요네즈 범벅의 알몸 행진 졸업식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것일까?
왕 짜증
나는 참 짜증을 잘 낸다. 서양에서는 이런 사람들은 a hair trigger temper라고 한다. 한민족의 기질을 흔히 성질이 급하고(Quick Temper)하고, 급하면서도 화도 잘 낸다 (Hot Temper)고 표현한다. 그래서 요즘 말로는 까칠하다고 남들이 나보고 나무란다. 까칠하다는 것은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거칠다는 뜻인데 전라도에서는 버릇이 없는 행동거지를 말한다. 흔히 싸기지 없다는 말도 하는데 싸가지는 싹수의 전라도, 강원도 사투리다. 가끔 나 스스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망가진 인생이 아닌가? 자책을 하기도 한다. 야생의 길들여지지 않은(Haggard) 매와 같이 매몰차고 상대에게는 광포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짜증을 자주 내다보니 싸가지없고, 까칠한 ‘성질머리를 고치라’고 아내가 설거지를 하면서 닦달을 한다.
싸가지 결핍증
마음에 안 들거나, 언짢으면 발칵 역정을 내니 누가 말을 걸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이런 사람은 스스로 꼿꼿하다고 한다. 매사 두리뭉실한 것이 싫고, 끊고 맺음이 분명해야 한다고 하는데, 모든 것이 자기 기준이기 쉽다. 쉽게 말하면 ‘싸가지 결핍증’ 증세인 것이다. 아직 철이 없는 악동 시절에는 막무가내 (莫無可奈)로 고집이 세서 부모도 어찌할 수 없는 짜증을 내고 커간다. 달래도 보고, 윽박지르고, 사정을 해봐도 길바닥에 주저 앉아 떼쓰며 우는 아이를 어찌하겠는가? 사춘기에는 이유 없는 반항과 함께 이유 없이 매사에 짜증을 나고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무조건 짜증을 내기도 한다. 철들고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나이를 거꾸로 처먹었는지 환갑도 안되어 툭하면 짜증을 낸다. 아니, 노여움이랄까? 이게 요즈음 내 모습이자 주변 친구들의 모습이다.
막무가내 브라더스?
사소한 일에도 성질을 내며 달려드는가 하면, 어디 보자는 심보로 애를 먹이고 말을 만들어 낸다. 상대의 의중이나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전에 다짜고짜 막무가내로 화를 먼저 낸다. “배 째”라는 ‘다짜고짜 마케팅’ 환경이라 그런가? 아니면 교류를 끊는다는 뜻의 100만 번째 신조어 ‘Defriend(친구 삭제)’가 탄생하는 시대적인 배경 때문일까?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부를 둔 GLM에 따르면 98분마다 새 영어 단어가 만들어진다. GLM은 언론 매체와 인터넷에 2만 5000번 언급되면 새 단어로 인정한다. GLM은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인 PQI를 이용해 여러 매체를 24시간 관찰한다. 2009년 6월경 100만 번째 단어가 생겨날 것이라며 ‘친구 끊기’가 유력하다고 예측했었다. 실제로는 ‘웹 2.0’으로 판명되어 다행이었다. 손주 보느라고 바빠진 나이에도 까칠해진 자신을 돌아보지는 않고 남 탓만 하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
속 좁고, 좀스런 놈들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을 했다. 하루 전 2끼를 맑은 죽만 먹고, 당일에는 병원에서 준 4리터의 대장세척제는 고역이었다. 배가 볼록할 정도로 메슥거리는 세척제를 다 마시니 속이 잘 씻겼는지 맑은 물이 나왔다. 수면 내시경 검사라 비몽사몽 간에 결과를 사진으로 보며 담당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를 ‘속’이라 한다. 여자는 속 좁고, 질 좋아야 한다는 심한 농담을 해온 중년의 사나이들이 속 좁은 짓들을 한다. 이 구실, 저 구실 꾸며대며 모여서 술 마시고 낄낄대던 살가운 정감이 식어 버린다. 이제는 스님들과 같이 동안거, 하안거를 갖고 벽면수행, 용맹정진을 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덕이 되지 않을까 가끔 느낀다. 사실 신발만 벗어 두고 입방 하며 다른 세계가 바로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생명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지고 노염을 더 타게 되는 것인가? 도량이 좁고, 옹졸하여 좀스러워지는 나 자신도 안타깝고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실망을 하게 된다. 술맛 가시는 놈들과는 대작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장담하기 전에 내 속을 비워야 할까 보다. 속 뒤집히는 소리를 들었다고 역정을 내며 짜증을 내기 전에, 먼저 내 속을 비워야겠다. 배움을 시작하려면 뇌를 먼저 비워야 하듯이, 내 속의 소갈딱지(평안도-성질)를 다 게워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텅 비우지 않고 더 채울 방법은 없다.
속비우기
나이가 들면서 여러 변화를 실감한다. 신문지를 펴 놓고 발 뒤꿈치 각질을 가끔 정리하게 되었다. 몸의 냄새가 점점 짙어지니 향수라도 뿌리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기 전에 들쑥날쑥한 코털을 정리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에게 말을 질질 끌지 않게 되었다. 왕년의 내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새 모습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정답을 알게 되었다. 내가 베풀었다고 착각했던 기억은 잊고, 내가 받았던 남의 배려를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속을 비우고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병치레로 가족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 잣대로 남을 재지 않기로 했다. 내 속의 소갈딱지를 다 게워내고 좀스런 인간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노력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더 나이가 차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을 기대하게 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