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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이야기 1 Traces

진정성을 가지고 2025. 3. 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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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이야기 1
Traces
상처는 단지 흉터가 아니다.
내 인생의 흔적이고 삶의 무늬이다.
상처가 나를 구성하고 생성하고 있다.​
A wound is not just a scar.
It is a trace of my life and a pattern of life.
Those wounds are forming and creating me.
- 박노해-
얼굴 없는 시인이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7년 6개월 만에 출소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출소 이후 옥중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부터의 행보는 논란을 불러왔다. 일부는 변절이라고 공격하고, 또 일부에선 진화이자 성장이라고 옹호했다. 지금은 사진작가이자 평화활동가로 활동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며 길을 걸어왔다.
내게 남은 흔적
내 몸에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초등 시절 느닷없이 날아온 돌멩이로 아직까지 왼쪽 가르마를 탄다. 상흔으로 머리의 결이 자동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중학 시절 느닷없이 날아온 야구공에 여물지 않은 이마가 약간 내려앉았다. 더 어린 시절 도우미(식모) 누나가 대문을 밀치는 바람에 코피를 엄청 쏟았다. 지금도 코가 균형이 틀어졌다. 직장 시절에는 선배의 집들이에 가서 만취했다가 넘어져 입술의 균형이 틀어질 정도로 꿰맸다. 해안 초병 시절에는 방위병이 실수로 크레모아 지뢰의 뇌관을 터트렸다. 내 허벅지에 박힌 흔적이 남아있다. 정신의 인수분해를 하며 방황하던 청년 시절에는 술잔을 손으로 움켜쥐었던 흔적 외에도 비록 보이지 않지만 비뚤어진 마음의 상흔이 남았다. 구멍가게로 가족 부양을 하시다 사기로 빈 손이 되셨던 애처로운 아버님이 내 속에 남아 계시다. 흔적은 사람의 이력이자 역사다.
흔적 기관
흔적(痕跡)이란 어떤 현상, 실체가 이미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Vestige)이나 자취(Trace)를 말한다. 내 몸에도 꼬리뼈(Coccyx)가 있다. 먼 선조에게는 꼬리가 달려 중요한 기능을 했을지 모른다. 나는 귀를 움직일 수 있다. 예전에는 모두 귀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이각근) 했는지 모른다. 맹장 끝의 충수에 대해서는 가끔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창자 끝에 5-6Cm의 조그만 벌레 같은 충수가 오래전에는 토끼 같이 사람도 초식동물이었나 궁금했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데 기능과 역할이 거의 없다니 그냥 무관심하게 지금까지 잊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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